역대급 규제의 정점: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의 충격과 종부세 폭탄
2018년 9월 13일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 있어 *문재인 정부 규제 정책의 정점*을 알린 역사적인 날로 기록됩니다. 전년도 *8.2 대책*으로 강력한 핀셋 규제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이 멈추지 않고 폭등하자, 정부는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역대급 강도의 전방위적인 규제를 담은 '주택시장 안정방안', 통칭 *9.13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대책은 투기 수요의 *자금줄(대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동시에, *보유세(종부세)*를 징벌적으로 강화하여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 수밖에 없도록 압박하는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9.13 대책의 배경과 핵심 내용, 그리고 발표 이후 시장에 미친 충격과 장기적인 영향을 알아 보겠습니다.
1. 대책 발표의 배경: 멈추지 않는 서울 집값 폭등
9.13 대책이 나오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2018년 상반기 서울 부동산 시장의 걷잡을 수 없는 가격 폭등 때문이었습니다.
1.1. 규제를 뚫은 가격 상승
2017년 8.2 대책과 2018년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에도 불구하고, 서울 아파트값은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며 폭등했습니다. 특히 강남 4구는 물론, 마포, 용산, 성동(마용성) 등 서울 핵심 지역의 가격이 주도했습니다.
-
원인: 양도세 중과가 오히려 매물 잠김(Lock-up) 현상을 심화시켜 시장의 공급 부족 심리를 키웠고, 저금리 환경 속에서 대출이 필요 없는 현금 부자들의 유동성이 '똘똘한 한 채'에 집중된 결과였습니다.
1.2. 투기와의 전쟁 선포
정부는 규제를 비웃듯 폭등하는 시장 상황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고 판단, *시장 안정*에서 *투기 근절*로 정책 목표를 명확히 했습니다. 9.13 대책은 단순히 집값을 잡는 것을 넘어, 부동산을 통한 불로소득 자체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습니다.
2. 9.13 대책의 핵심: 대출 차단과 종부세 강화
9.13 대책은 *금융 규제와 세제 규제*를 양대 축으로 하여 투기 수요를 압박하는 정책이었습니다.
2.1. 금융 규제: 대출을 통한 신규 진입 원천 봉쇄
9.13 대책은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주택 구매 자금줄을 거의 완전히 막았습니다.
-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 대출 금지: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에서 2주택 이상 보유 세대는 주택 신규 구입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이 전면 금지되었습니다.
-
1주택자 대출 요건 강화: 1주택자라도 투기지역 등에서 주택을 추가로 구매할 경우 원칙적으로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했습니다. 다만,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기존 주택을 2년 이내에 처분하는 조건 등 예외적 상황만을 허용했습니다.
-
고가 주택 LTV 축소: 시가 9억 원을 초과하는 주택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을 9억 원 이하 구간은 40%, *9억 원 초과 구간은 20%*로 이원화하여 대출 한도를 더욱 축소했습니다.
-
의미: 이는 투기 목적의 추가 대출을 완전히 차단하고, 고가 주택 구매 시 현금 동원 능력을 극도로 요구하여 시장 진입 장벽을 높인 결정이었습니다.
-
2.2. 세제 규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폭탄
9.13 대책의 가장 강력한 카드이자 상징은 *보유세(종부세)*를 징벌적으로 강화한 것입니다. 이는 다주택자들이 *보유하는 고통*을 느끼도록 하여 매도를 유도하는 직접적인 압박이었습니다.
-
종부세율 인상: 다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최대 3.2%까지 대폭 인상했습니다. 특히 3주택 이상 보유자 및 조정대상지역 2주택자에게 높은 세율이 적용되었습니다.
-
세 부담 상한 상향: 다주택자의 경우, 세 부담 상한을 150%에서 300%로 상향하여 전년 대비 최대 3배까지 세금이 늘어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
공정시장가액비율 인상: 종부세 과세표준을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매년 5%p씩 상향하여(80%→85%→90%...), 과세 기준 자체를 현실화했습니다.
2.3. 주택 공급 확대 (3기 신도시 계획 발표)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공급 부족'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중장기적인 공급 확대를 위해 수도권에 대규모 공공주택지구 지정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
3기 신도시 발표: 남양주 왕숙, 하남 교산, 인천 계양 등 수도권 주요 지역에 대규모 주택 공급을 위한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는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 기대감을 높여 시장의 불안 심리를 완화하려는 시도였습니다.
3. 9.13 대책의 충격과 시장의 반응
9.13 대책은 발표 직후 시장의 매수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키며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3.1. 서울 집값 안정화 (단기적 효과)
-
거래 실종: 대출 규제로 인해 매수 심리가 얼어붙고, 집을 사려는 사람이 사라지면서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했습니다.
-
가격 상승세 둔화: 2018년 연초부터 이어진 서울 아파트값의 폭발적인 상승세가 9월 이후 꺾이며 *안정세(일시적인 하락세 포함)*로 전환되었습니다. 이는 2019년 상반기까지 이어지는 '숨 고르기' 국면을 만들었습니다.
3.2. 정책의 딜레마와 부작용의 씨앗
-
세금의 세입자 전가: 종부세 강화는 다주택자들이 늘어난 세금을 세입자에게 전월세 가격을 인상하는 방식으로 전가하면서, 전세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
다주택자의 버티기 심화: 정부는 매도를 유도했지만, 세율이 너무 높아 차라리 매물을 거둬들이고 증여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을 통해 규제를 회피하는 다주택자들이 많았습니다. 이는 매물 잠김 현상을 다시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
지방과의 양극화 심화: 서울에 집중된 규제로 인해 지방 시장의 침체는 더욱 장기화되는 반면, 서울의 *희소성*은 더욱 부각되어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었습니다.
4. 9.13 대책이 남긴 구조적 유산
9.13 대책은 문재인 정부 규제 정책의 상징이자, 이후 몇 년간의 부동산 시장을 규정한 중요한 분수령이었습니다.
-
보유세의 역할 강화: 종부세 개편은 *보유세 강화*가 투기 억제의 핵심 수단임을 확실히 각인시켰습니다. 이후의 모든 부동산 정책 논쟁에서 보유세의 적정성이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
'대출 없는 세상'의 시작: 금융 규제 강화는 대출 의존도를 낮추고 현금 동원력이 시장을 지배하는 구조를 고착화시켰습니다. 실수요자들은 대출 때문에 집을 사기 어려워졌고, 자산 격차가 심화되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
공급 시차 리스크: 3기 신도시 발표 등 공급 대책은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공급 시차) 특성을 가집니다. 강력한 수요 억제 정책이 장기적인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이는 2020년 이후 다시 찾아올 집값 폭등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결론적으로, 2018년 9.13 부동산 대책은 투기 수요를 잠재우려는 정부의 가장 강력한 의지를 담았지만, 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저금리 유동성, 공급 부족 우려)*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규제의 역설과 정책의 딜레마를 동시에 낳은 기념비적인 정책이었습니다.


